
영국 맨체스터대가 창립 3세기째를 맞아 새 장기 전략 '맨체스터(Manchester) 2035'를 내놨다. 던컨 아이비슨 총장이 지난 3월 홍콩에서 인터뷰를 갖고 대학 정체성부터 다시 규정했다. 그는 맨체스터대가 도시에 깊이 뿌리내리면서도 세계를 향해 열린 '시민형 대학'이라고 했다.
아이비슨 총장은 "맨체스터는 도시로서 매우 뚜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그것이 우리를 지역에 뿌리내린 동시에 세계를 지향하는 대학으로 빚어낸다"며 "위대한 대학은 이 두 차원을 결합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대는 홍콩·상하이·두바이·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고, 학생의 약 40%가 해외 출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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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기에 세워진 맨체스터대는 어니스트 러더퍼드의 원자 분열과 앨런 튜링의 컴퓨팅·인공지능 연구 같은 성취를 배출했다. 아이비슨 총장은 이런 역사적 유산들을 기후변화와 이주, 지정학적 긴장, 기술 변혁이라는 현재 과제로 다시 풀어냈다. 그는 "설립자들은 격변하던 산업혁명기에 어떤 지식과 지도자가 필요한지 물었다"며 "지금 우리도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이비슨 총장은 "발견과 그것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 사이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며 "대학이 상아탑이어서는 안 될 때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맨체스터대는 혁신 플랫폼 유닛 엠(Unit M)을 새로 출범했다. 청정에너지부터 의료까지 연구 성과를 시장으로 끌어내는 통로로, 산학 협력과 정책 참여, 사업화를 통해 연구를 응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다시 짜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베이징대와는 의학 복수학위 과정을 운영해 학생들이 중국과 영국을 오가며 훈련 받는다.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는 재료과학과 핵 연구의 강점을 토대로 협력을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책임 있는 활용을 강조한다. 아이비슨 총장은 "이 기술이 사회를 돕는 방식으로 쓰이려면 기업도 정부도 단독으로는 못 한다. 대학이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대는 새 전략을 구동하는 거점을 홍콩에 마련했다. 홍콩 중심지 코즈웨이베이 리가든원 33층에 자리한 동아시아센터는 1992년 문을 열었다. 맨체스터대에서 가장 오래된 해외 거점이다. 맨체스터대 홍콩 동아시아센터는 상하이·두바이·싱가포르와 함께 대학 4대 글로벌 교육 거점이다. 홍콩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두바이나 싱가포르 다른 거점에서 선택과목을 듣거나 맨체스터 본교로 갈 수 있다. 올리비아 챈 동아시아 총괄 디렉터는 "동아시아센터는 단순한 지점이 아니라 지능형 허브에 가깝다"고 했다.
센터 간판 과정은 글로벌 MBA다. 지금까지 5000명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고, 해마다 약 100명을 뽑는데 합격률은 20% 안팎이다. 챈 디렉터는 "이들은 전통적인 MBA 학생이 아니다"라며 "팀을 이끌고 사업을 운영하거나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동기가 분명한 전문직"이라고 했다. 학생 대부분은 35~45세 중·고위 전문직으로, 일본과 한국, 대만, 마카오, 홍콩, 대만권에서 모인다.
수업 과정은 직장인에 맞춰 약 70%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여기에 홍콩에서 주말에 몰린 집중 워크숍이 더해진다. 학생들은 회사와 가정을 떠나지 않고 공부를 이어갈 수 있다고 센터는 전했다. CFA나 CPA 같은 전문 자격 보유자는 일부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다만 학업 기준은 엄격하게 유지된다. 센터는 MBA 마지막 과제인 '실전 비즈니스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이 재무 모델링부터 시장 전략까지 담은 사업계획을 처음부터 만들어 자기 회사나 창업에 곧장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리처드 코튼 국제전략·글로벌영향력 디렉터는 "동아시아에서는 기술과 연구뿐 아니라 교육 자체에서 다른 방식의 혁신이 일어난다"며 맨체스터와 홍콩, 대만권의 혁신 생태계를 잇는 '도시 대 도시'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기술 담론이 고등교육을 지배하는 흐름 속에서도 대학은 인문학의 무게를 함께 강조한다. 인문학부를 총괄하는 앤절리아 윌슨 협리부총장은 "인공지능은 이메일 초안은 써줄 수 있지만 비판적 사고나 감성지능은 가르치지 못한다. 그것 없이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맨체스터대는 과학·공학으로 이름났지만 학생의 약 3분의 2가 인문학부에 속해 있다. 컴퓨터과학자가 디지털 서사 분야에서 인문학자와 협업하고, 도쿄예술대 같은 기관과는 창의·건강·사회가 만나는 지점을 함께 탐구한다. 대학은 여러 나라 학생을 강의와 토론으로 잇는 '글로벌 클래스룸'도 넓히고 있다. 아이비슨 총장은 "기술이 세계를 바꾸는 시대에 비판적 사고와 소통, 사람을 마주하는 능력 같은 인간적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고 했다.
맨체스터대는 이번 전략과 함께 첫 글로벌 모금·자원봉사 캠페인 '챌린지 액셉티드(Challenge Accepted)'도 시작했다. 4억 파운드(약 8000억원) 모금과 자원봉사 100만 시간을 목표로 전 세계 동문·파트너 50만명 이상을 연구와 학생 지원, 혁신, 문화 영역에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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